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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김찬일의 방방곡곡/길을 걷다] 가고 싶은 섬, 낭만 낭도2021-05-11 07:55:06
작성자 Level 10

[김찬일의 방방곡곡/길을 걷다] 가고 싶은 섬, 낭만 낭도

  • 김찬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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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5-07   |  발행일 2021-05-07 제36면   |  수정 2021-05-07 09:21
바다와 별 같은 섬이 연결된 길을 지나 펼쳐지는 낭만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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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금도에서 고흥으로 가는 적금대교의 풍광.

길 안에도 길이 있어야 한다. 사람 안에 사람이 있어야 하듯이. 총 4개의 섬(조발도, 둔병도, 낭도, 적금도)과 5개의 다리(화양대교, 조발대교, 둔병대교, 낭도대교, 적금대교)로 연결하여 여수와 고흥을 이어주는 거대한 공사가 2020년 2월28일에 완성되었다. 참으로 감개무량한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이제 허공이라는 길 안에 다리가 놓이고 새 길이 탄생한 것이다. 사람이 사람다워지면 그 안에 수많은 사람이 나타나고 있듯이. 화양대교를 지나면서 그 길은 푸른 바다와 섬의 실루엣이 꿈을 만들고 숱한 이야기를 만든다. 그때 승용차 안에는 '붉은 장미는 슬퍼요' 가 흐른다. "…찬란한 5월의 태양아. 그곳에 머물러 다오. 붙잡을 수 없는 시간 속에 덧없는 아름다움 사라지고, 시들어 버린 꽃잎 되어, 바람 속으로 잊혀 져 가는 한 송이 붉은 장미, 서러워서 울어요. 스쳐간 당신 돌아올까 봐 밤이 새도록 피어 있어." 그렇게 감정을 애잔하게 끌고 가는 음악의 물결에서 피는, 장미의 환상을 지우지 못하고 차는 달린다.

화양대교를 지나 조발도에, 조발대교를 지나 둔병도에, 둔병대교를 지나 낭도에 도착한다. 여산마을을 통과하고 낭도 선착장에 주차한다. 싸목싸목 걷는 섬, 낭만낭도. 이 섬의 랜드 마크다. 여기서 상산가는 등산길과 낭만낭도 섬 둘레 길로 나누어진다. 섬 둘레길 낭도 해수욕장으로 간다. 5월의 바다가 부시어 눈에 흰나비가 날아다닌다. 바다 건너 멀리 고흥, 우주발사대가 있는 외나로도가 보인다. 언제나 감추어둔 마음의 섬, 우주로 날아가는 상상의 날개에 핀 붉은 장미 같은 섬. 해무 속에 아득하다. 쪽빛바다와 해안선 따라 이어지는 길은 너무 편안해 현실감을 잃게 한다. 아주 많은 시간을 허비했던 트레킹 로드의 기억들이, 여기서는 어쩐지 슬픔으로 피드백(feedback)된다. 돌아 올 수 없는 추억이 아름다울수록 더욱 슬픔의 멍울이 된다. 아직 원시의 자연과 모래사장, 한적하고 고즈넉한 길은 내 마음에 맑은 물길처럼 흐른다. 지금은 길을 걷는 게 아니고 길 따라 흘러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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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바 오거리에서 본 남포등대와 해안의 절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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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도 해수욕장과 여산마을의 경관.

낭도 해수욕장에 닿는다. 모래가 곱고 파도가 거의 없어 아이들 물놀이에는 더 없이 좋은 곳이다. 모래에 발자국이 남는다. 흔적이다. 그러나 모든 것은 나타났다, 사라지는 신기루 같은 것. 마치 저 모래위의 발자국처럼. 낭도 방파제와 등대가 보이지만 그냥 지나친다. 한 굽이를 돌아가자 기암괴석으로 수려한 해안선이 나오고 아기자기한 섬들이 반짝이는 보석처럼 아니 5월의 장미처럼 활짝 피어있다. 저 바다와 바람 그리고 섬, 여기가 낭도의 핫플레이스다. 오작교 같은 다리가 놓이고 별 같은 섬들이 연결되자 전국에서 찾아 온 탐방객들로 북새통을 이룬 곳이다.

주상절리대를 본다. 주로 직사면체로 선 기기묘한 바위 군락에 환성을 지른다. 공룡 발자국과 함께 낭도 또 하나의 지리자연 학습장인 주상절리는 낭도 해양지형의 특징을 가장 잘 나타내고 있는 곳이다.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는 아름다운 해안선과 해식애, 다양한 퇴적층을 마주하면 그 특이함과 신비감에 몰입, 플라톤이 말한 망각의 강을 건너, 다른 세계로 가는 것 같다.

신선대에 도착한다. 정면으로 고흥 나로도 우주발사장이 보여 우주선 발사 시에 뷰포인트가 되기도 하는 곳. 주변 너럭바위와 영겁의 시간을 풍상에 견뎌온 기묘한 암석들. 그 뛰어난 경치가 머릿속이 형형색색 네온 빛을 뿌린다. 하늘의 선녀가 내려와 노닐었다는 천선대도 대단한 풍경이다. 침식이나 파도에 의해 형성된 단애는 퇴적층의 절경이다. 그 빼어난 풍광은 에메랄드 빛 바다와 어울려 더욱 아름답다. 부근에 다양한 종류의 공룡 발자국 화석이 있다. 그중 이곳에 있는 어린 공룡의 보 행렬 발자국은 세계적인 생태자원이다. 그야말로 현장의 느낌이 날개를 달고 착각으로 날아가다, 바다에 떨어져 백일몽을 만드는 곳. 어김없이 낭도 최고의 비경이다. 섬 모양이 이리를 닮아 낭도(狼島)라고 하였다는데, 여기는 사나운 야생 이리와는 거리가 너무 먼 여수 최고의 지오투어리즘 명소다. 지오투어리즘은 지각을 이루는 여러 가지 암석이나 지층에 대한 지식을 얻고자 천연지질 자원에 해당하는 세계 및 국가 지질공원을 두루 답사 하는 관광이다. 말하자면 특정 지역의 지형 및 지질 자원을 문화, 역사, 전통과 연계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새로운 관광 산업을 뜻한다.

한적하고 고즈넉하였던 낭도가 일반인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2015년 '전라남도 가고 싶은 섬' 제 1호 사업대상지로 선정 되면서 부터다. 가고 싶은 섬은 듣고 싶은 음악 '백만 송이 장미'와 무엇이 다를까. 눈앞에 하얀 등대, 남포등대가 보인다. 사도 마을 쪽에는 송곳여가 있고, 낭도 쪽에는 남근을 닮은 남근 곶이 있어 조업하는 크고 작은 어선들의 피해가 컸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1971년 세워진 등대다. 등대 주변에 구상풍화와 벌집풍화 타포니가 널려 있어 지질 학습장으로 안성맞춤이다. 여기와 지척인 사도 섬 군락은 너무 절경이어서 나는 내면에서 울컥 솟는 감정의 소용돌이를 진정하는데 이마에 힘줄을 세워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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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병도에서 낭도로 가는 둔병대교 풍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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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도에서 바라 본 사도, 장사도, 추도의 비경.

사도는 공룡발자국과 공룡화석지로 유명하고 지명도 나끝 만층암과 꽃바위 딴여 같이 매혹적이지만 경치는 그야말로 이름다워 눈꺼풀이 파르르 떨린다. 사도는 썰물 때가 가까워지면 중도·증도로 세 섬이 연결된다고 한다. 세 섬 옆에는 공룡화석지가 많은 추도·장사도가 꽃무늬로 떠 있는데 일 년에 몇 차례씩 신비의 바닷길이 열려 걸어서 건너 갈 수 있다. 그럴때면 전국에서 관광객이 몰려와 시장통을 이룬다고 한다. 가히 옛적에는 한반도가 공룡의 나라였었다. 낭도 공룡발자국 화석지 퇴적층은 2003년 2월 천연기념물 제434호로 지정됐다. 낭도를 중심으로 사도와 추도에서 발견된 공료발자국 화석은 총 3천600여점, 전남과 경남지역 해안과 일본·중국을 연결하는 중생대 백악기의 범아시아 생태환경 복원을 가능하게 할 귀중한 자료로 평가 받고 있어 생태체험 학습 관광에는 그만이다.

먼 이국의 지명 같은 산타바 해변을 지나고 장사금 해수욕장에 도착한다. 금모래가 반짝이며 길게 뻗어 있어 장사금(長沙金) 이라 불리는 이곳은 사빈해안으로도 잘 알려져 아이들이 지질탐방과 해수욕을 함께 즐길 수 있다. 장사금은 '모세의 기적'으로 유명한 사도와 마주하고 있어 더 아름답다. 장사금은 아직 오염에 전혀 물들지 않아 청정하고 맑기가 원시의 이상향 샹그릴라 같았다. 이제 이곳도 대교들이 연결되어 출입이 자유로워졌으니 곧 또 얼마나 더럽혀 질는지. 지금은 코로나가 지구촌에 만연해 온통 아비규환이고, 이건 인간이 자연환경을 파괴해서 생긴 당연한 결과다. 미국의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야생 공간의 소멸과 기후 변화로 더 많은 전염병 대유행이 올 것이란 점을 알아야 한다. (수많은 전염병은) 지구가 우리에게 다시 말을 걸고 있는 것" 이라고 했다. 그는 코로나 사태에 "전혀 놀라지 않았다"고 했다. "인간이 만든 문명으로 기후 변화가 왔고, 거기서 코로나가 잉태 됐다" 는 것이다. 참으로 경각심을 가지고 뼈에 아로새겨야 할 경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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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큰 사금, 역기미삼거리, 규포 선착장까지 3.9㎞ 트레킹 로드가 있고 거기에서 상산, 역기미분기점, 따순기미쉼터, 쉼판터전망대, 낭도선착장으로 걸을 수 있지만 그 길은 차후로 미루었다. 낭도는 다시 찾아와야 할 내 마음의 '백만 송이 장미'였다. 산타바 오거리에서 낭도 야영장까지 황톳길 0.6㎞, 다시 낭도 선착장까지 0.6㎞를 걸어 드디어 주차장에 도착한다. 주차장은 아주 넓다. 여기서 낭도의 명물 '100년 도가 식당'으로 간다. 낭도 젖샘 생막걸리 체험장 도가 식당이다. 젖샘막걸리는 낭도의 자랑이다. 주인에게 청해서 꿀떡꿀떡 한 잔을 들이킨다. 목젖을 타고 내려가는 막걸리 맛에 짜릿함을 느끼고 신명이 절로 난다. 인근 사도에서 길러온 심층수인 '젖샘' 으로 빚은 막걸리인데 여수와 인근 일대에서 꽤 유명하다. 누구라도 양조장 입구에 들어서면 누룩에서 발효된 구수한 술 향내가 코끝을 파고든다. 주재료는 밀이며 재래식 발효 기법으로 3대째 이어오고 있다.

식당에는 마치 우리 두 사람밖에 없어서, 비음으로 '백만 송이 장미'를 흥얼거려 본다. "먼 옛날 어느 별에서 내 다시 세상에 나올 때, 사랑을 주고 오라는 작은 음성 들었지, …사랑할 때만 피어나는 사랑의 장미, 미워하는 미워하는 미워하는 마음 없이 아낌없이 한번더 한번더 사랑을 주기만 할 때 … 백만송이 백만송이 꽃은 피고 그립고 아름다운 내 별나라로 갈 수 있다네." 정말 한 잔 더 하고 싶었지만 귀가 길이 멀어 참고 자리를 턴다. 이날 내 마음에 숨겨 가져가는 낭도는, 백만송이 장미가 되고, 시간의 파도 속을 헤매는 내 마음은 해풍에 젖어 승용차 창밖으로 슬픔을 뿌린다. 그 멈출 수 없는 시간의 슬픔을.

☞문의: 여수시 섬 지원개발과 (061)659-3989
☞내비 주소 : 전남 여수시 화정면 낭도리 573
☞트레킹 코스 : 낭도 주차장 - 낭도 해수욕장 - 주상절리 - 신선대 - 천선대 - 공룡 발자국 화석 - 남포등대 - 산타바 해변 - 장사금 해수욕장 - 산타바 오거리 - 낭도 선착장 - 여산마을
☞주위의 볼거리 : 진남관, 오동도, 향일암, 돌산대교, 영취산 진달래, 여자만 갯벌, 사도, 백야도 생태 탐방로.

글·사진 = 김찬일 시인 방방곡곡 트레킹 회장 kc12taegu@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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